[스포츠월드=박인철 기자] 케이로스 감독의 심리전은 여전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9일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파주에서 훈련 중인 이란 선수단의 모습을 공개했다.

총 4장의 사진에는 비 내리는 파주 스타디움과 잔디가 움푹 파인 인천 아시아드 보조경기장 잔디의 모습이 담겨 있다.

훈련장 배정에 불만이 있음을 SNS를 통해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케이로스 감독은 사진과 함께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베스트를 보여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케이로스 감독은 심리전에 능한 능구렁이 지도자다.

축구 외적인 요소까지 이용해 상대를 자극하고 경기력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한다.

한국도 여러 번 자극했다.

지난 2013년에는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최강희 감독의 사진을 자신의 상의에 붙이고 환하게 웃기도 했다.

지난 26일 한국 입국 후에도 수차례 비판과 칭찬으로 축구 팬들을 들끓게 했다.

이번 케이로스의 심리전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이란은 A조 1위로 이미 월드컵 티켓을 확보했지만 대표팀 외부 문제로 시끄럽다.

이란 정부가 2017-2018 유로파리그 마카비 텔 아비브(이스라엘)전에 자국 선수인 마수드 쇼자에이와 에흐산 하지사피(이상 그리스 파니오니오스)가 출전하자 적성국과의 대결을 이유로 두 선수의 대표팀 제명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스포츠 간섭을 엄격히 금하는 FIFA의 제재를 우려한 이란축구협회의 중재로 하지사피는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쇼자에이는 한국에 오지 못했다.

여기에 최종예선 2골을 넣은 아즈문도 경고 누적으로 한국전에 뛸 수 없다.

한국을 심리전 미끼로 삼아 자칫 흔들릴 수 있는 선수단을 결속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신태용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도 케이로스가 왜 심리전을 펼치는지 이유를 잘 알고 있다.

신 감독은 현역 시절 ‘여우’라 불릴 정도로 지능적인 플레이에 능했고 이는 지도자가 된 후에도 유연한 전술 지휘로 이어졌다.

심리전에 응하는 대신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뚜렷하다.

신 감독은 "케이로스 감독은 원래 심리전을 잘 사용한다.훈련장 발언도 그중 하나일텐데 신경쓰지 않겠다.경기장에서 한국 축구가 어떤지 보여줄 것"이라면서 "이란이 한국에 와서 대접을 너무 잘 받고 있는데 잘 지내다 가길 바란다"며 일갈했다.

능구렁이와 여우의 설전으로 이미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누구에게 해피엔딩이 될 지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드러날 것이다.

club1007@sportsworldi.com 사진=케이로스 감독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