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 "영장 청구권은 개헌 사항" '영장은 검사에 의해서만 신청' 지지 해석 경찰 "영장 신청권 없이 어떻게 수사하나"영화 ‘부당거래’에서 부패한 검사 주양(류승범 분)과 역시 부정을 일삼는 경찰관 최철기(황정민 분)의 대결은 결국 주양의 승리로 끝난다.

검사한테만 있는 영장 청구권을 활용해 최철기의 통화내역을 입수, 샅샅이 조사한 결과 그가 조폭과 유착돼 있다는 단서를 잡은 것이다.

결국 최철기는 요정에서 주양 앞에 무릎을 꿇고 "한 번만 봐달라"고 사정한다.

주양은 "내가 머리가 좋아 검사 된 사람"이라며 "제발 나하고 라이벌 관계를 가질려고 하지 마"라고 다그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경찰을 ‘1차적 수사권자’, 검찰을 ‘2차적·보충적 수사권자’로 각각 규정했다.

거의 대부분의 범죄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고 검찰은 경찰 1차 수사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 한해 아주 제한적으로만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검찰 특수부는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연루된 부정부패 사건은 지금처럼 수사할 수 있으나 그 범위나 대상은 일정한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청와대 버전’이라 할 이번 개혁안은 검찰보다는 경찰 입장에서 더 불만족스럽게 받아들여질 듯하다.

경찰이 가장 민감해하는 영장 신청의 주체에 관한 내용을 쏙 뺐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은 12조 3항에 ‘체포·구속·압수수색은 검사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필요하다’는 규정을 둬 영장 신청의 주체를 ‘검사’로 한정했다.

범죄를 수사하려면 물증을 수집하고 피의자나 참고인의 진술을 들어야 한다.

사안에 따라선 피의자를 붙잡아 도주 또는 증거인멸 시도를 차단할 필요도 있다.

그러기 위해선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법원에 영장 발부를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은 검찰뿐이다.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영장이 필수적이면 먼저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해 검사가 이를 심사한 뒤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 현재의 수사 관행이다.

이날 청와대 개혁안은 경찰을 1차적 수사권자로 규정하면서도 영장에 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찰에도 영장 신청권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영장 청구권은 개헌 사항"이라고 답했다.

헌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영장 신청에 관해선 지금처럼 검찰의 권한으로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검찰을 통해서만 영장을 신청할 수 있는 경찰이 명실상부한 1차 수사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회의적 시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물론 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영장 신청권을 제한적으로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없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체포영장 신청 시 검사는 형식 위배가 아닌 한 법원에 반드시 영장 청구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검찰을 거쳐 영장을 신청하는 것의 의미를 그냥 형식적 절차로 축소하겠다는 의미다.

검찰이 경찰이 수사한 일부 사건에 한해 2차적·보충적 수사권을 갖는 것도 사실상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계속 유지되는 것이란 해석을 낳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문제(수사지휘권)는 역시 예민한 문제"라며 "우선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장관들이 논의하고 최종적으로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