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사진)이 이를 두고 "대단히 적절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창피하다고 생각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오모 전 국정원장 정책특별보좌관은 1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기적으로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의 재판에서 "2013년 5월∼2014년 3월 당시 이 비서관에게 매월 현금 5000만원을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남재준 국정원장이 2013년 어린이날이 지났을 때쯤 산책을 하다가 비서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는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의 특활비 일부를 보내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하더라"며 "대단히 적절하지 못했다는 생각을 남 원장도 했고, 그런 분위기에서 (특활비 상납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오 국장은 "최초에 지시를 들었을 때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치사하다고 생각했다"며 "부하가 써야 할 돈을 상급자가 쓴다는 것 같아서 떳떳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일회성으로 느꼈을 때는 급하게 국가 보안과 관련해 특수한 일을 하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며 "하지만 정기적으로 (지급하면서) 국정원장이 판단해 써야 할 돈을 대통령이 할당받아서 쓴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빴다"고 부연했다.

그는 "남 원장이나 저나 (돈 전달이) 창피하다고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