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열악한 환경을 조명한 기사가 나오고 나서 나아진 게 있냐는 질문에 올림픽 셔틀버스 기사 송모(69)씨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씁쓸한 웃음이 답변을 대신했다.

말없이 운전대를 꼭 잡은 손도 약 2주 남은 대회 기간 별달라질 게 없음을 암시했다.

지난 12일 강원도 평창군의 한 주차장에서 만난 송씨는 "방송에서 몇번 우리가 먹는 밥을 ‘때리더니’ 메뉴가 나아지기는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식권을 개별 지급해서 강릉이나 평창 일대 음식점에서 좀 더 자유롭게 먹을 수 있게 해주고, 나중에 조직위원회가 음식점에서 식권을 걷어가고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특정 장소에서 기사 대부분이 밥을 먹다 보니 오가는 데 시간이 꽤 걸리고, 휴식 시간이 부족해지면서 다른 문제도 생길 수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송씨는 "배부르고 맛있게 먹기 위해서라면 언제든 식권 액면을 초과하는 돈도 낼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그는 숙소 얘기를 꺼내자 말도 하지 말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임시로 마련한 컨테이너 숙소에서 잠들라치면 누군가 조금만 움직여도 ‘쿵쿵’ 울리는 탓에 고시원보다 못한 환경이라고 호소했다.

언론에서 아무리 지적해봤자 달라질 게 없다고도 주장했다.

가족은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데 어떤 반응을 보였느냐고 물었더니 송씨는 "혼자 산다"며 다행히도 자기 처지 때문에 속앓이를 할 이는 없다고 했다.

찬바람 불어 기자가 추울까 버스 문을 닫고 속내를 털어놓았던 그는 "25일 폐막해 여기를 떠날 날만 기다린다"며 하루라도 빨리 현장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내비쳤다.

이전에 다른 주차장에서 만난 기사들에게 실상을 물었을 때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며 목소리 높여서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실토하던 한 남성이 떠올랐다.

그는 버스 기사의 숙소에 정원을 초과한 방이 많다면서 "'503호' 독방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수인번호 503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구치소 독방보다 더 나쁜 숙소 환경을 빗대 이처럼 목소리를 높인 것.처음에는 "이 사람이 말을 잘 해줄 것"이라고 웃으며 소개해주던 동료도 그의 격앙된 말에 점점 침울한 표정으로 변했다.

"아무리 쪼아봤자 소용없어."중년 자원봉사자 A씨는 강추위에 고생하는 동료 봉사자들이 고된 환경에 힘들다고 호소하면서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A씨는 "두드려서 달라질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을 들으니 앞으로도 상황이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짙어졌다.

평창=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