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평창·권영준 기자]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당장 올림픽이 코앞인데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의 대답은 "수술하지 않겠다"였다.

그렇게 이를 꽉 깨물며 루지에 몸을 실었다.

비인기 종목,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한 싸움 속에서도 한국 루지를 대표한다는 집념 하나로 4년을 달려왔다.

20명 중 18위. 하지만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도전 자체만으로 ‘한국의 자랑’이다.

주인공은 바로 한국 루지 ‘1세대’ 성은령(26·대한루지경기연맹)이다.

성은령은 지난 13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치른 ‘2018 평창올림픽’ 여자 루지 싱글에 출전해 4차 주행까지 총 3분8초250을 기록해 18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성적 지상주의 사회 풍토 속에서 18위는 초라하다.

주목받지도, 알아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올림픽은 도전 자체 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고, 박수를 받아야 한다.

성은령이 그랬다.

성은령은 지난 2014 소치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루지 사상 최초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1세대 선수이다.

당연히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걸음마 단계인 한국 여자 루지와 세계의 벽은 차이가 컸다.

단시간에 줄일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하지만 성은령은 묵묵히 그 길을 걷고 있다.

소치올림픽 직후 평창올림픽을 향해 4년을 쉼없이 달려왔다.

20대 초중반의 꽃 같은 시간을 성은령은 얼음 트랙 위에서 사투를 펼쳐야 했다.

친구와 만나 수다떨고, 여행을 다니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흔히 말하는 평범한 20대 생활이 가장 부러울 만큼 고독한 발걸음을 내디뎌야 했다.

그렇다고 성은령의 노력과 땀을 알아주는 것은 아니었다.

‘더 잘했더라면…, 더 훌륭한 선수였다면…’라는 자괴감에 흔들렸다.

그래서더 더 독하게 루지를 탔다.

지난해 말 십자인대 파열이라는 부상에도 수술없이 재활로 버티며 올림픽을 준비했다.

한국 여자 루지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책임감으로 여린 팔로 빙판을 긁으며 나아갔다.

경기를 마친 성은령은 "마지막 레이스를 마치고 4년 동안 앞만보고 달려온 시간이 스쳐지나갔다"며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고 설명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성은령은 "내가 더 잘했더라면…"이라고 말하더니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인터뷰를 진행할 수 없을 만큼 꺼이꺼이 울었다.

그동안 얼마나 고독하게 사투를 펼쳐왔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성은령의 꿈은 평범한 20대를 보내는 일이다.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고, 여행을 가고, 쇼핑을 하는 그런 흔한 일상. "술도…"라는 말을 꺼냈다가 "아, 이거는 기사에서 빼주세요"라고 말하는 밝고 명랑했던 성은령. 그의 도전만으로 충분히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고, 또 찬사를 받아야 한다.

메달권이 아니면 어떠한가. 성은령은 한국 루지의 자랑이자 보물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권영준 기자,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