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의제 / ② 평화체제 /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논의될 ‘핵심’… 9·19 공동성명, 10·4 선언에도 포함 / 文대통령도 ‘신베를린 선언’서 천명 / 정전 체제 해체 각국 이해관계 상충… 모든 외국군 철수 규정 ‘뜨거운 감자’ / 남북 조율한 뒤 美·中 등 참여 확대… 文, 평화정책 위해 포괄적 해법 추진"한반도에 항구적 평화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종전과 함께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합니다."(문재인 대통령 지난해 7월 신베를린 선언)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는 북한 비핵화와 함께 포괄적 양대 의제가 될 전망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9일 "정상회담의 1차 관문이 비핵화라면 2차 관문은 평화협정"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핵심인 평화협정은 전쟁을 치르며 군사적으로 대립한 양측이 전쟁을 종결하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맺는 협정이다.

현재 한반도는 1950년 시작된 6·25전쟁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따라 종식된 것이 아니라 잠시 정지된 상태다.

정전협정은 유엔군 총사령관(마크 클라크),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김일성), 중국인민지원(志願)군 사령관(펑더화이·彭德懷) 3인이 최종 서명했다.

남북은 1991년 12월 13일 최초의 종합적 기본합의인 남북기본합의서(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현 정전상태를 공고한 평화상태로 전환시키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며"(제5조)라며 평화체제를 향한 의지를 담았다.

1996년 4월 김영삼 대통령(이하 당시 직책)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남·북·미·중 4자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2005년 북핵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 조치와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 문제가 포함됐다.

9·19 공동성명의 구체적 이행 방안을 담은 2007년 2·13 합의에는 북·미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과 동북아평화·안보체제 등 5개 실무그룹의 설치가 규정됐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하면서 3자 또는 4자 정상의 종전 선언 추진에 합의하기도 했다.

국내외의 기대에도 평화협정 체결 문제는 그동안 판도라의 상자로 불렸다.

60여년간 지속해온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해체하는 작업이고, 이 과정에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상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역학관계와 한반도 운명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모든 이슈가 튀어나올 수 있다.

대표적으로 정전협정 제4조의 모든 외국군 철수 규정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정전협정 체결 당시부터 불씨가 된 이 조항에 따라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가 사라질 수도 있다.

평화협정은 또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동북아 군비감축 문제와도 연계돼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핵심 현안이 된 북한 비핵화 문제도 결합해 더욱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으로 여겨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6년 1월 신년사와 같은 해 5월 노동당 제7차 당 대회를 통해 평화협정 공세를 강화했다.

북한은 지난해까지 평화협정 논의를 주장하면서 비핵화는 거부했다.

이명박·박근혜정부 당시 한·미는 선(先)북한 비핵화·후(後)평화협정 논의 입장을 고수했다.

한·미와 북한의 입장차를 파고든 절충안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체결 논의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중·러의 쌍궤병행(雙軌竝行)론이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포괄적인 해법을 추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핵의 완전한 폐기와 함께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안보·경제적 우려 해소, 북·미 관계 및 북·일 관계 개선 등 한반도와 동북아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향후 평화체제 전환 문제의 핵심 이슈가 될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각도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평화협정 체결 후 미군 주둔에 대해 "북한이 미군 철수를 주장해왔지만 주변 4국의 군사외교적 완충 역할을 주한미군이 할 수 있다고 하는 발상도 갖고 있다"며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회담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통일이 되더라도 주한미군의 역할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고 말했다.

북·미 간 빅딜에 이어 남·북·미 3자 논의→4자(남·북·미·중) 논의→중·러의 참여를 통한 6자 논의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각국 정상의 통 큰 결단에 따라 톱다운(top-down·하향식)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현재 논의 구도를 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러 의제를 (김정은 위원장과) 빅딜할 가능성이 있다"며 "3자, 4자, 6자로 확대되는 평화체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