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인터뷰15일이면 우리나라에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본격화한 지 45일이 된다.

미투운동이 시작된 후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여러 차례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성균관대 교수 재직 시절 성폭력 피해를 당한 동료 교수의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주장에 이어, 지난달 참석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회의에서 부실 답변으로 질타를 당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곧바로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자료를 냈지만, 세간의 미심쩍은 눈길을 완전히 거두어들이지는 못했다.

이런 개인적인 고초에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해져서였을까. 지난달 27일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대책’ 브리핑 자리에서 정 장관은 마지막 발언의 말꼬리를 울먹이듯 흐렸다.

13일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장관 접견실에서 정 장관을 만났다.

그는 "예산과 인원이 부처의 중요성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여가부가 범정부 차원에서 컨트롤타워가 되어 대책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미투운동이 빠르게 확산하는 것에 비해 여가부의 대응이 늦었다고 느낀다.

이 부분에 대해 하실 말씀은?"여가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하는 건 겸허하게 귀 기울여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미투운동은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고, 이후 문화예술계로 번졌다.그런데 민간 기업은 고용노동부가 담당하고, 문화예술계는 고용관계가 불분명한 프리랜서가 많아 여가부가 빨리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부처 간 협의와 조율을 하면서 조금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쳐 여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범정부 협의체가 구성될 수 있었다.초기에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그런 부분이 있었지만, 이제는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이 마련됐다."―부처 사이에서 여가부가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다른 부처와의 협력은 어떤가."여가부가 예산이나 직원 수가 적은 부처라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하지만 여가부는 목소리를 내는 부처다.조금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정책도 중요하지만 사회문제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내고, 그 담론을 확산해가는 게 여가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지난 8일 범정부협의체 1차 회의를 하고 민간 대표와 각 부처 장관과 회의도 했다.12일에는 한국기자협회와 만나 미디어에 의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논의도 했다.두 자리에서 모두 성폭력 문제 해결을 제도와 법만으로 되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결국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그러려면 캠페인과 교육도 필요할 것이다.이런 작업 역시 여가부가 선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어떤 말을 했나."그대로 넘어가면 안 된다, 반드시 가해자는 처벌하고 피해자는 보호해야 한다고 하셨다.지난주 국무회의는 총리 주재였는데, 이낙연 총리도 비슷한 말씀을 했다."―지난 8일 문화예술계를 포함한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는데 이전과 다른 점이나 부각하고 싶은 점은?"8일 대책에서 중요한 것은 2차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2차 피해를 방지해야 지금까지 숨죽이고 있던 피해자들이 신고할 용기를 낸다.두 번째로 가해자 처벌 강화다.작년에 여가부 피해자 지원기관을 통해 들어온 사건 통계를 보니까 실제로 법적 처벌을 받은 건 10% 미만이었다.사건이 일어나면 그때그때 무마하거나 1∼2년이 지나면 소명 기회를 얻어 원직복직하고, 피해자는 2차 피해를 당하는 그런 구조가 있었다.그 구조를 바꾸려면 가해자 엄벌이 필요하다.특히 특수성이 강한 문화예술계에서 어떻게 성희롱·성폭력에 대응할 것인가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피해사실이 공개될까봐 피해자가 극구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에 대한 보호조치도 있는가? 친고죄 폐지 당시에도 이런 문제 제기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피해자 중에는 가해자가 처벌될 경우 어떤 식으로든 피해 사실이 공개될 것을 우려해 가해자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가 있다.이 부분에 대해 변호사들과 의논해봤다.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고 증언을 거부하면 성추행과 성폭력이 입증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더라. 법적 보호조치를 만들기보다는 실질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생각이었다.지금은 성폭력 양형기준을 높이고 강간죄의 범위를 확대하는 게 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앞서 성폭력 문제는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남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여가부 장관이 된 뒤 늘 하는 말이 있는데, 양성평등이 실현되면 10개의 파이 중 남성이 갖고있던 7개의 파이 중 2개를 빼앗아 여성에게 주는 게 아니라 파이를 12∼13개로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성평등은 파이를 빼앗아가는 게 아니고 함께 늘리는 거다.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우리나라가 성평등만 실현돼도 국내총생산(GDP)이 10%는 늘어날 거라고 하지 않았나."―화제를 바꿔서 저출산 문제를 이야기해보겠다.

세계일보는 2월부터 ‘목말사회’라는 기획기사를 연재 중이다.

혹시 보셨는지?"기사를 통해 목말사회란 말을 알게 됐다.사실 요즘 독박육아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이 말은 여가부가 만든 것이다.새 정부 저출산 대책 가운데 발전된 부분 가운데 하나는 저출산 문제가 인구학적으로 접근하면 해결이 안 된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여성은 일자리가 안정되지 않으면 아이를 낳지 않는다.일자리가 안정되려면 평등한 직장문화가 만들어지고 일·생활이 양립해야 한다.성평등한 직장문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독박육아 같은 문제는 해결되기 어렵다.성별 임금격차 감소, 장시간 근로문화 개선 같은 일터에서의 평등 못잖게 삶에서의 평등도 중요하다.우리나라는 성인 여성 절반이 경력단절인데, 이를 예방하려면 돌봄서비스가 잘 작동해서 틈새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틈새를 좁히고자 여가부가 하는 대표적인 사업이 아이돌봄과 공동육아나눔터다.그런데 아이돌봄서비스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치가 발생한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아이돌보미 급여를 7800원으로 인상했고, 돌보미 1명이 여러 명을 돌볼 수 있도록 했다.공동육아나눔터는 동네에 공간을 마련해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요즘 한국 사회가 아파트 문 닫으면 남이지 않나. 독일에서 유학할 때 보면 교회가 보육, 주민센터, 환경운동 등의 역할을 했다.이런 것처럼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운동이 필요하지 않을까."―군가산점제도도 여쭤보고 싶다.

군가산점으로 기회의 평등을 뺏는 건 안 되겠지만, 입사 후 호봉이나 인센티브를 주는 건 어떻겠느냐 이런 목소리가 있는데."군가산점제가 위헌 판결을 받았을 때도 여성계가 군대를 다녀온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다만 공무원은 0.2∼0.3점으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군가산점제도로 운명이 달라지면 안 된다는 취지였다.최근에도 이런 논의가 진행되다 말았는데, 군가산점제만 따로 떼서 이야기하기보다는 우리나라 국방정책에서 병역의무에 남녀가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것 같다."―화해치유재단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걱정이 많다.위안부 할머니들이 몇분 남지 않았다.활동하던 분들도 병에 시달리거나 돌아가시고 있어 마음이 급하다.지난해 말에 외교부와 함께 점검을 통해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가 피해자의 의견을 반영한 합의는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현재는 재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이사들도 5명이 그만둔 상태고 당연직 이사 3명만 남아있는데 법적 검토를 하니 이 세 명은 재단과 관련된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이런 상황에서 법적·기술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는지 검토 중이다."정리=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대담=박희준 사회부장정현백 장관은

●1953년 부산 출생

●이화여고

●서울대 사회교육과(역사전공)

●독일 보쿰대학교

●성균관대 교수

●역사교육연구회 회장

●참여연대 공동대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및 공동대표

●여성가족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