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들 공장 폐쇄·영업 축소 잇따라 / 켈로그 “경영 악화로 영업 중단” / 마두로 “공장 압류,식품 생산할 것” / 포퓰리즘정책 탓 물가 천정부지 / 물가상승률 1만3779% 세계 최고 / 시민들 식품·생필품 부족에 고통 / 주요 산유국에도 국가 부도 위기미국 식품업체인 켈로그가 57년 만에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하겠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곧바로 "공장을 압류해 노동자에게 돌려주고 식품 생산을 계속하게 할 것"이라고 겁박했다.

마두로 정부는 포퓰리즘 정책 등으로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인데도 오는 20일로 다가온 조기 대선 승리를 위해 가격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엑소더스가 이어지는 배경이다.

브라질 등으로 이주하는 난민도 늘고 있고, 보건체계까지 붕괴해 각종 질병에 의한 사망자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에 본사를 둔 켈로그는 이날 "계속된 경제 악화와 고물가, 엄격한 가격 통제 등의 결과로 베네수엘라에서의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다국적 음료회사인 코카콜라나 치약 제조사인 콜게이트, 화장지 제조사인 킴벌리 클라크, 자동차 제조사 제너럴모터스와 포드, 표백제 등 화학제품 제조사 크로록스, 타이어업체 브리지스톤 등도 공장을 폐쇄하거나 영업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은 하지만 대선 유세에서 "켈로그의 철수는 헌법에 위배되는 불법행위라 몰수를 위한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며 "국민이 좋아하는 시리얼이 계속 생산되도록 공장을 근로자들에게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중부 마라카이시에 있는 켈로그 공장에는 약 550명의 직원이 일한다.

1961년 베네수엘라 시장에 진출한 켈로그는 이 나라에서 소비되는 시리얼의 75%를 생산한다.

베네수엘라 시리얼 시장은 중남미에서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베네수엘라 시민들이 식품과 생필품을 구하려고 국경을 넘거나 가게 앞에 줄을 길게 서는 것은 살인적인 물가 상승 등으로 공장이 문을 닫거나 제품 수입이 중단되는 사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야권이 장악한 국회 산하 재정경제개발위원회는 최근 1년간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은 1만3779%에 이른다고 최근 발표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베네수엘라의 물가 상승률을 1만3800% 수준으로 예상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라파엘 구즈만 재정경제개발위원장은 "우리는 하이퍼인플레이션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국가에 살고 있다"며 "새로운 재정·환율정책을 통해 이를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원유 보유국이지만 대외 부채를 갚지 못해 국가부도 위기에 처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 체계화된 보건의료 복지정책이 마두로 정권 들어 붕괴하면서 국민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동북부 오리노코강 삼각주 일대에 거주하는 원주민 부족인 와라오족이 에이즈 확산으로 적절한 외부 개입이 없으면 존속이 위태로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미국 등 외부 세력 및 국내 보수 야권이 주도한 ‘경제전쟁’ 탓에 경제난이 촉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정부는 베네수엘라 대선을 앞두고 마두로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인 3명, 마두로 정권과 연계된 기업 20곳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베네수엘라 국민의 고단한 삶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현지 여론조사기관인 인테르라세스의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47%로 가장 높아 야권 통합 등 큰 이변이 없는 한 그가 재선에 성공할 전망이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