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종근당이 올 상반기 국내에서 통과된 임상시험 계획 중 최다 건수를 주도하며 토종 제약사의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종근당을 제외한 국내 제약사 대부분은 글로벌 제약사들에 밀리며 여전히 주도권을 잡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상반기(1~6월) 총 295건의 국내 임상시험 계획 승인현황에 따르면 종근당은 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11건의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았다.

의료기관을 포함한 전체 임상현황에서는 서울대학교병원이 최다 승인을 획득(14건)하며 주도했다.

종근당은 지난 1월23일 고지혈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CKD-391'의 1상 임상을 시작으로 가장 최근인 지난달 12일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CDK-381'의 임상까지 월 평균 2건씩을 승인 받았다.

종근당은 지난 2015년에도 30건의 임상승인을 획득하며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한 바 있다.

2015년에 이어 상반기 종근당이 1위에 오르며 안방에서 국내사 저력을 보여줬지만, 나머지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제약사들에 밀리는 모습이다.

글로벌 제약사 가운데 한국노바티스는 9건으로 종근당의 뒤를 이었고 로슈가 8건, 한국화이자·한국얀센·한국애브비 등이 7건씩, 한국MSD·한국릴리 등은 각 6건의 승인을 획득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5건을 승인 받으며 글로벌 제약사들과 겨우 견줄 만한 건수를, LG화학·CJ헬스케어·동화약품 등은 3건씩을 기록했다.

신약 개발 최종 단계인 3상 임상승인만 놓고 보면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력은 더욱 돋보인다.

3상 임상 승인을 가장 많이 획득한 곳은 릴리(5건)였고, 세엘진·애브비·MSD가 각 4건, 화이자·얀센·로슈 등이 3건씩으로 대부분을 채웠다.

전체 임상승인 건수가 가장 많았던 종근당을 비롯해 메디톡스, 일양약품 등의 국내사들은 2건씩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승인 건수도 중요하지만 각 파이프라인의 개발 진척이 각 사 경쟁력을 대변하는 만큼 3상 현황을 지표로 보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제약사들 역시 최근 연구개발 비중을 늘리며 신약 개발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아직까지 굵직한 임상시험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임상시험 현장에서도 3상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가 미국 국립보건원(NIH) 자료를 분석한 결과, 상반기 전 세계에서 국내사가 주도한 임상 3상은 전년 대비 24.5% 감소했다.

전체 3상 평균 감소폭 16.1%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그나마 2상 임상시험 건수가 전년 대비 6.7% 증가한 점이 위안이 됐다.

이에 향후 국내 제약사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3상 임상의 큰 폭 감소와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의 임상 참여율 급증 등은 향후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임상 실시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동현 한국임상시험산업본부 이사장은 "몇 년 전 부터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하는 회사 수가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곳을 포함해 꾸준히 늘고는 있지만 국내보다 해외에서 임상시험을 하는 국내사도 늘고 있다"며 "상반기 결과만 놓고 보면 국내 산업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신약 임상시험에 대한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도 임상시험 승인시간 예측성 확보 및 단축, 관세면제, 인센티브 등 임상시험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경쟁력 있는 임상시험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근당이 올 상반기 국내에서 통과된 임상시험 계획 중 최다 건수를 주도하며 토종 제약사의 자존심을 지켰다.

사진/종근당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